영국의 시인 T S 엘리엇의 장편 서사시 ‘황무지’는 제1차 세계대전 후 유럽의 신앙 부재와 정신적 황폐를 상징적으로 표현한 작품입니다.
이 서사시는 한 순례자가 전쟁과 전쟁을 낳은 현대 문명이 얼마나 많은 사람의 마음을 망가뜨렸는지를 살피던 중 싹을 틔우고자 몸부림치는 4월을 체험한 모습을 나타냅니다. 순례자는 황무지를 구원할 ‘말씀’에 귀를 기울이게 되고, 결국 산스크리트어로 세 가지 지혜를 깨닫게 하는 천둥소리를 들려줍니다. 그것은 ‘다타(주라)’ ‘다야드밤(공감하라)’ ‘담야타(절제하라)’입니다.
우리는 자신을 내려놓아야만 다른 존재와 공감할 수 있는데 이것은 기독교의 희생을 연상시킵니다. 이 희생은 욕망과 탐욕을 절제하면서 모든 것에는 한계가 있다는 것을 수긍하게 만듭니다. 엘리엇은 평화를 뜻하는 ‘샨티’를 세 번 외우며 순례의 끝을 맺습니다. 샨티는 위로는 하늘을 존중하고, 옆으로는 다른 모든 존재를 가까이 하며, 밑으로는 자신을 한없이 낮추는 데서 오는 민중의 평화를 상징합니다.
십자가의 고난 후 부활하신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에게 “너희에게 평강이 있을지어다”라고 말씀하십니다. 지금 두려움에 휩싸인 자들에게 요구되는 것은 오직 하나님의 평강뿐입니다.